2025년 10월.
독일 영주권 신청까지 정확히 2개월 16일 남은 날이었다. 나는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
그날이 독일 생활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가 될 줄은 몰랐다.

Formal Meeting
오후가 되자 회사는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미팅 제목은 단순히 "Formal Meeting"이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의실에 들어간 순간 분위기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두 장의 경고장(Abmahnung, 독일 노동법상 해고 전 근거가 될 수 있는 공식 경고)과 퇴사합의서(Aufhebungsvertrag, 회사와 직원이 합의하여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계약)를 한 번에 받았다.
일반적인 독일 회사의 해고 절차

물론 모든 회사가 같은 절차를 따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성과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먼저 피드백이나 개선 요구가 이루어지고, 일정 기간 동안 개선 기회를 제공한 뒤에도 문제가 계속될 경우 경고장(Abmahnung)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 피드백 미팅
- 개선 계획(PIP 등) 또는 일정 기간의 개선 기회
- 1차 경고장(Abmahnung)
- 추가적인 개선 기회
- 필요 시 추가 경고 또는 후속 조치
하지만 내가 겪은 상황은 달랐다.
공식적인 개선 요구나 경고 없이, 같은 날 두 장의 경고장과 퇴사합의서가 한 번에 전달되었다.
경고장 두 장
경고 사유는 낮은 성과(Low Performance)였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나는 특정 업무를 수행할 충분한 시간을 받았음에도 업무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사실은 달랐다.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정 서버에 접속해야 했다. 문제는 서버 접속에 기존 담당자인 동료의 휴대폰을 통한 2차 인증이 필요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팀 채팅을 통해 여러 차례 2차 인증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요청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서버에 접속할 수 없었다. 실제로 정상적인 작업이 가능했던 시간은 약 1.5일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경고장에는 내가 약 일주일의 시간을 가지고도 업무를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당시 CEO와 부서장도 해당 접근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나에게도 이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나는 경고장을 읽으며 충격을 받았다.


퇴사합의서
더 큰 충격은 경고장만이 아니었다.
바로 이어서 회사는 퇴사합의서를 내밀었다.

회사가 제시한 조건은 2개월 급여 지급, 긍정적인 Arbeitszeugnis 제공, 그리고 향후 면접이 있을 경우 일정 조정 정도였다.
회사 측은 "매우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하며 2주 동안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주권 신청까지 두 달 남짓 남은 외국인 근로자였던 나에게 그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여러 차례 구토를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서명하지 않기로 했다
더 혼란스러웠던 점은 그 이전까지 성과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경고나 개선 요구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경고장 두 장과 퇴사합의서가 한 번에 등장했다.
나는 결국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주권 신청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회사를 떠나는 것은 나에게 너무 큰 위험이었다.
당시에는 몰랐다.
그 결정 이후 내가 하루에 몇 번씩 보고 미팅에 불려가게 될지,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눈치 보게 될지, 그리고 결국 건강이 망가지게 될지.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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